양말씨의 하루
나는 양말이다.
정확히 말하자면, 왼쪽 양말이다.
원래는 짝이 있었다.
오른쪽 양말씨.
노란 줄무늬가 참 잘 어울리는 친구였다.
우리는 늘 함께였지.
신발 속에서도,
세탁기 안에서도.
그런데 빨래통에서 나올 때, 뭔가 이상했다.
“…어라?”
내 짝이 사라졌다.
어쩌면 세탁망의 틈새로 빠졌거나,
어쩌면 침대 밑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.
처음엔 매일 울었다.
구김이 생기도록.
하지만 이젠 조금 익숙해졌다.
오늘은 수건씨가 말을 걸어왔다.
“너, 오늘도 한 짝이니?”
나는 미소 지었다.
“응. 오늘도 스타일리시하게 솔로야.”
그렇게 하루가 간다.
나는 누군가의 발이 되어 나가지 못했지만,
누군가의 마음엔 잠시 머물 수 있을지도 모른다.
그러니까, 괜찮다.
왼쪽 양말씨의 하루도
나름 괜찮다.

작가의 말
어쩌다 짝을 잃어버린 양말 한 짝. 그런데 이상하죠.
그 모습이, 어쩐지 우리와 많이 닮아 있어요.
모두가 제자리를 잃은 것 같을 때도, 다시 나를 예쁘게 펼 수 있기를 바라며
오늘도 ‘괜찮다’고 말하는 당신에게,
이 작은 양말씨의 인사를 전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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