붙잡는 힘
나는 자석이다. 냉장고 앞에 붙어 사는 자석.
내 역할은 단순하다.
달력의 모서리,
마른 오징어 할인 전단지,
학원 스케줄 종이를
붙잡는 것.
나 혼자 붙어 있는 게 아니다.
내 뒤에는
누군가의 계획,
누군가의 바람,
가끔은 잊혀진 엽서 같은 게 달려 있다.
사람들은 자석에 관심 없다.
뭘 붙이고 싶을 때만 찾는다. 그래도 나는 좋다.
붙잡고 있으니까.
아이의 유치원 그림 한 장,
엄마의 건강검진 일정,
아빠의 회식 날짜.
나는 그걸, 날마다 꼼짝도 안 하고 붙잡고 있다.
그리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라고 믿는다.
가끔,
달력이 찢기고,
메모가 떨어지고,
자석이 ‘툭’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.
아무도 줍지 않을 때도 있다.
조용히,
구석으로 굴러가는 날도 있다.
그래도 나는 괜찮다.
붙잡을 땐 진심이었으니까.
작고 둥글고 말 없는 내가
누군가의 하루를 살짝 붙잡고 있었기를.
그거면, 충분하다.

작가의 말
붙잡는다는 건, 소리 없이 누군가를 응원하는 방식일지도 몰라요.
우리 모두,
누군가의 하루를 말없이 고정해주는 자석 같은 존재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.
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붙잡아주는 당신께,
오늘의 작은 인사를 보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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