별소리의 첫숨

단편 《테이프 아저씨의 후회》

별소리(StarEcho) 2025. 7. 16. 23:19

테이프 아저씨의 후회

 

내 이름은 테이프.
사람들은 나를 그냥 ‘테이프 아저씨’라고 부른다.

 

처음엔 젊었지.
반짝반짝,
뭘 붙여도 잘 붙던 시절이 있었거든.

뜯어진 상자든,
엉킨 서류든,

 

심지어는 남의 싸운 감정까지도
내 손 한 번 거치면 말끔하게 붙었으니까.

붙이는 게 내 일이었고, 그 일에 꽤 자부심도 있었어.

그런데 말이지.


누군가를 그렇게 꽁꽁 묶어주고 나면 항상 나 혼자 잘려나가더라.

툭, 소리와 함께 난 늘 버려졌어.

사람들은 말해.
“테이프 다 됐어.”

그 말엔 미련도, 감정도 없지.
그냥, 기능이 끝났다는 뜻일 뿐이니까.

 

그리고 오늘, 나는 진짜로 ‘다 됐다’.

마지막 한 칸 남은 걸 쭈~욱, 하고 잡아당기더니
툭. 하고 끝났거든.

이제 나는 텅 빈 심. 책상 한 구석에 굴러다니는 신세야.

 

괜찮다고 생각했지.
원래 나는 그런 역할이니까.

늘 누군가를 붙잡아주고,
정작 나는 붙잡히지 못하는 인생.

 

그런데 말이야,
가끔은 그런 생각도 들어.

누구라도 나를
한 번쯤 꼭 붙잡아 줬다면,
그거 참 따뜻했을 것 같다고.

내 끈끈이로 누군가를 붙인 게 아니라,
누군가 내 곁에 ‘머물러줬다면’ 말이지.

 

"허허. 뭐, 다 지난 일이지 뭐."

 

그래도 말이야.
내가 붙였던 것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잘 붙어 있다면,
그걸로 충분해.

오늘도 아저씨는 조용히 굴러다니면서,
그날들을 한 번쯤 떠올려보는 거지.

 

 

 

단편 《테이프 아저씨의 후회》

 

 

 

 

 

작가의 말

붙이는 데는 선수였지만, 붙잡히는 데엔 어설펐던 테이프 아저씨.

누군가를 지탱해주는 일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자신은 어디에 기대야 할지 더욱 서툴러지는 법이죠.

그런 당신에게,
오늘은 이 테이프 아저씨처럼 작은 후회도 나누고,
한 번쯤은 붙잡히는 하루이길 바라며.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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