테이프 아저씨의 후회
내 이름은 테이프.
사람들은 나를 그냥 ‘테이프 아저씨’라고 부른다.
처음엔 젊었지.
반짝반짝,
뭘 붙여도 잘 붙던 시절이 있었거든.
뜯어진 상자든,
엉킨 서류든,
심지어는 남의 싸운 감정까지도
내 손 한 번 거치면 말끔하게 붙었으니까.
붙이는 게 내 일이었고, 그 일에 꽤 자부심도 있었어.
그런데 말이지.
누군가를 그렇게 꽁꽁 묶어주고 나면 항상 나 혼자 잘려나가더라.
툭, 소리와 함께 난 늘 버려졌어.
사람들은 말해.
“테이프 다 됐어.”
그 말엔 미련도, 감정도 없지.
그냥, 기능이 끝났다는 뜻일 뿐이니까.
그리고 오늘, 나는 진짜로 ‘다 됐다’.
마지막 한 칸 남은 걸 쭈~욱, 하고 잡아당기더니
툭. 하고 끝났거든.
이제 나는 텅 빈 심. 책상 한 구석에 굴러다니는 신세야.
괜찮다고 생각했지.
원래 나는 그런 역할이니까.
늘 누군가를 붙잡아주고,
정작 나는 붙잡히지 못하는 인생.
그런데 말이야,
가끔은 그런 생각도 들어.
누구라도 나를
한 번쯤 꼭 붙잡아 줬다면,
그거 참 따뜻했을 것 같다고.
내 끈끈이로 누군가를 붙인 게 아니라,
누군가 내 곁에 ‘머물러줬다면’ 말이지.
"허허. 뭐, 다 지난 일이지 뭐."
그래도 말이야.
내가 붙였던 것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잘 붙어 있다면,
그걸로 충분해.
오늘도 아저씨는 조용히 굴러다니면서,
그날들을 한 번쯤 떠올려보는 거지.

작가의 말
붙이는 데는 선수였지만, 붙잡히는 데엔 어설펐던 테이프 아저씨.
누군가를 지탱해주는 일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자신은 어디에 기대야 할지 더욱 서툴러지는 법이죠.
그런 당신에게,
오늘은 이 테이프 아저씨처럼 작은 후회도 나누고,
한 번쯤은 붙잡히는 하루이길 바라며.
'별소리의 첫숨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단편 《주차하는 신발》 (10) | 2025.07.19 |
|---|---|
| 단편 《액자 뒤, 벽에 박힌 못》 (8) | 2025.07.18 |
| 단편 《양말씨의 하루》 (9) | 2025.07.14 |
| 단편 《치즈의 독백》 (9) | 2025.07.13 |
| 단편 《문손잡이》 (19) | 2025.07.12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