치즈의 독백
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주인공이었다.
샐러드의 중앙,
토스트 위에 미소처럼 얹힌.
그러던 내가, 이젠 냉장고 맨 뒤 칸에서 요구르트 밑에 깔려 있다.
유통기한까지 딱 하루 남았다.
아주 조용히, 천천히,
나라는 존재가 잊혀지는 중이다.
나보다 늦게 들어온 딸기잼은 뚜껑을 열기도 전에 환영받았고,
케첩은 이미 세 번 리필되었다.
나는 조용히
투명한 랩을 덮은 채, 혼잣말만 늘어난다.
“어쩌면, 오늘은 누군가 날 떠올려줄지도 몰라.”
그 말을 들은 파김치가
배시시 웃는다.
“꿈 깨, 인마. 여긴 3단 냉기지옥이야.”
하지만 나는 여전히 향기로웠고,
한 조각이면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는 치즈였다.
비록 지금은
한 조각 남짓, 가장자리가 살짝 말라 있을 뿐이지만.
아주 가끔,
누군가 냉장고 문을 열 때 빛이 쏟아진다.
그때마다 나는 살짝 미소 짓는다.
“혹시 오늘, 내가 주인공일 수 있을까?”
다시 조용해진 냉장고 안에서
나는 또 하루를 기다린다.
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하루를.

작가의 말
냉장고 안, 투명한 랩 아래 놓인 치즈처럼
우리도 가끔 잊힌 채 머물러 있을 때가 있어요.
기회는 멀고,
마음은 유통기한에 다다른 것 같지만,
아직 향기 나는 마음 한 조각,
누군가에겐 충분히 따뜻할 수 있잖아요.
오늘의 치즈,
당신에게 닿기를 바라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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