별소리의 첫숨

단편 《거울 뒤편의 방문자》

별소리(StarEcho) 2025. 7. 7. 23:00

거울 뒤편의 방문자

 

아침마다 나는 나를 확인한다.

 

얼굴, 눈, 피부, 그리고 표정.

거울은 언제나 내게 그날의 상태를 알려주는 단 하나의 스크린이다.

 

그날도 마찬가지였다. 세수하고, 머리 말리고, 잠깐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다.

그런데 그 순간, 그쪽의 나는 깜빡이지 않았다.

 

나는 웃었다. 그쪽은 가만히 있었다.

나는 고개를 갸웃했다. 그쪽은 내 움직임을 따라하지 않았다.

 

몇 초간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.

거울 속의 나는, 나보다 더 오랜 시간 나를 지켜본 얼굴이었다.

그 눈은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.

"이제, 네 차례야."

 

순간, 욕실 문이 닫혔다. 바람도 없었고, 창도 닫혀 있었는데.

거울 너머의 나는 움직이지 않고,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.

 

그리고 그가, 거울을 밀고 나왔다.

 

 

 

단편 《거울 뒤편의 방문자》

 

 

 

 

작가의 말

이 작품은 평범한 일상의 습관 속에 숨어 있는 섬뜩한 가능성을 상상한 단편입니다.
거울이라는 사물은 익숙하지만,

그 이면을 상상해 보면 전혀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출발했습니다.
이번에는 감정이 아닌,

‘질서가 어긋나는 순간’을 중심으로 긴장과 미스터리를 유도해봤습니다.
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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