손잡이
그 방의 문은 늘 닫혀 있었다.
안쪽에서 잠긴 건 아니었지만 누구도 쉽게 열지 않았다.
손잡이는 낡고 묵직했다.
은색이었을까, 회색이었을까. 시간 속에서 색은 무뎌졌고, 무게만 남았다.
나는 자주 그 앞에 섰다. 노크도 하지 않고, 열지도 않고, 그냥 손잡이만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.
그 방엔 떠난 사람이 남긴 것들이 있었다.
냄새, 옷, 말, 그리고 침묵.
누군가 떠난다는 건 문을 열고 나가는 일일 수도 있지만, 남은 사람에겐 그 문을 닫는 일이기도 했다.
나는 그 문을 한 번도 열지 못했다. 아니, 아직 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.
손잡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.
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열릴 수도, 닫힌 채로 있을 수도 있는 상태로.

작가의 말
손잡이는 열림과 닫힘 사이,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은 경계에 놓인 사물입니다.
이 글은 그 경계에 머무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.
떠난 이보다 더 오래 그 자리에 머무는 건 언제나 남은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썼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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