구겨진 영수증
주머니를 뒤적이다가
작게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.
구겨져서 반쯤 찢어진 영수증. 묵은 잉크 냄새와 손때가 섞인 그 종이엔
날짜, 시간, 품목, 그리고 총 금액이 적혀 있었다.
커피 두 잔, 크루아상 하나, 그리고 가장 아래에 인쇄된 “감사합니다”라는 말.
나는 그날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. 누구와 있었는지, 무슨 말을 했는지,
심지어 그걸 왜 샀는지도.
그런데도 그 종이를 버리기가 망설여졌다.
우리의 하루는 이렇게 사라지는 걸까.
그날 쓴 돈,
그날의 대화,
그날 웃었던 내 얼굴까지.
그래서 나는 그 영수증을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.
지갑이 아니라, 기억에 가장 가까운 곳에 넣기 위해.

작가의 말
무가치해 보이는 종이 한 장에도
그날의 기분과 누군가의 얼굴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.
이 글은 하루의 감정이 어떻게 흔적 없이 사라지는지,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다시 붙잡고 싶은지를 담은 기록입니다.
'별소리의 첫숨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단편 《뽁》 (2) | 2025.07.03 |
|---|---|
| 단편 《작동하지 않는 리모컨》 (0) | 2025.07.03 |
| 단편 《지워진 알람》 (0) | 2025.07.03 |
| 단편 《두 개의 열쇠》 (1) | 2025.07.03 |
| 단편 《잔향》 (2) | 2025.07.03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