지워진 알람
매주 토요일, 오전 10시. 그 알람은 몇 달째 같은 시간에 울렸다.
사실 일어날 이유는 없었다. 출근도 약속도 없었고, 그냥 ‘그 사람과 통화하던 시간’이라는 이유뿐이었다.
전화가 오지 않아도, 그 시간이 지나면 괜히 마음이 울렁거렸다.
알람은 묵묵히 울렸다.
그 사람의 이름도, 목소리도 사라진 지 오래인데 내 손목의 시계와 휴대폰은 그때의 습관을 잊지 못했다.
나는 그 알람을 매주 스스로 끄곤 했다. 마치, 그 사람 대신 내가 대답해주는 것처럼.
그리고 오늘, 알람 목록에서 그 시간을 조용히 밀어냈다.
화면이 조금 더 비워졌다.
마음도, 아주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았다.
기다림을 끝낸다는 건, 누군가를 잊는 일이 아니라 나를 다시 시작하는 일인지도 모른다.

작가의 말
사람은 사라져도, 시간은 계속 울립니다.
이 글은 ‘기다림’이라는 시간을 조금씩 정리하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.
울리지 않는 전화보다, 계속 울리는 알람이 더 아프기도 하니까요.
지운 건 시간 하나지만, 그 안엔 꽤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.
'별소리의 첫숨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단편 《작동하지 않는 리모컨》 (0) | 2025.07.03 |
|---|---|
| 단편 《구겨진 영수증》 (0) | 2025.07.03 |
| 단편 《두 개의 열쇠》 (1) | 2025.07.03 |
| 단편 《잔향》 (2) | 2025.07.03 |
| 단편 《1% 알림음》 (1) | 2025.07.03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