위를 향해
나는 계단이다
누군가의 발 아래에 깔린 채
오십 년을 버텼고 팔십 년을 지켰다
누구는 나를 오르며 독립을 외쳤고
누구는 나를 밟으며 역사를 잊었다
비는 나를 씻어주지 않았다
먼지와 발자국
무거운 신념들이 나를 눌렀다
나는 묵묵히 기억했다
무거운 발
아픈 발
아이의 맨발
때로는 누군가 멈추어
숨을 고르고 눈을 감는다
나는 그들의 쉼이었고
이정표였다
누구는 나를 지나쳐
더 높은 곳으로 향하지만
나는 그 자리에 머물며
모든 걸 받아낸다
독립문 돌계단은 아래 있지만
늘 위를 향해 놓여 있다
작가의 말
어느 날, 독립문 앞에 섰습니다.
많은 이들이 무심코 지나가는 그곳에, 저는 발끝을 내려다보았습니다.
낡고 닳은 돌계단이 보였습니다.
누군가의 발에 수없이 밟히고, 비에 젖고, 먼지를 뒤집어쓴 그 계단은, 한마디 말도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.
생각했어요. 나라를 되찾는 길은, 누군가의 외침 위에 놓인 수많은 침묵이 함께 지켜낸 것이 아닐까?
그 침묵에도 모양이 있다면, 그건 ‘계단’일 거라 믿었습니다.
위로 걷는 사람을 받쳐주며, 자신은 늘 아래에 머무는 존재.
'위를 향해'는 그 돌계단의 시선으로 쓴, 광복을 지켜낸 수많은 침묵에 대한 조용한 감사의 기록입니다.
(제80주년 광복절 기념 시 공모작)
'별소리의 첫숨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단편 '이별' (11) | 2025.07.31 |
|---|---|
| 단편 '나는 냄비 받침이고, 그 아이는 요리책이었다' (9) | 2025.07.30 |
| 단편 '나는 화장실 틈 사이에서 17일째 보고 있다' (8) | 2025.07.27 |
| 단편 '뚜껑입니다만, 꿈이 있습니다' (7) | 2025.07.26 |
| 단편 《주차하는 신발》 (10) | 2025.07.19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