별소리의 첫숨

시 '위를 향해'

별소리(StarEcho) 2025. 8. 1. 11:53

위를 향해

 

 

나는 계단이다

누군가의 발 아래에 깔린 채

오십 년을 버텼고 팔십 년을 지켰다

 

누구는 나를 오르며 독립을 외쳤고

누구는 나를 밟으며 역사를 잊었다

 

비는 나를 씻어주지 않았다

먼지와 발자국

무거운 신념들이 나를 눌렀다

 

나는 묵묵히 기억했다

무거운 발

아픈 발

아이의 맨발

 

때로는 누군가 멈추어

숨을 고르고 눈을 감는다

나는 그들의 쉼이었고

이정표였다

 

누구는 나를 지나쳐

더 높은 곳으로 향하지만

나는 그 자리에 머물며

모든 걸 받아낸다

 

독립문 돌계단은 아래 있지만

늘 위를 향해 놓여 있다

 

 

 

 

작가의 말

어느 날, 독립문 앞에 섰습니다.
많은 이들이 무심코 지나가는 그곳에, 저는 발끝을 내려다보았습니다.

낡고 닳은 돌계단이 보였습니다.
누군가의 발에 수없이 밟히고, 비에 젖고, 먼지를 뒤집어쓴 그 계단은, 한마디 말도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.

생각했어요. 나라를 되찾는 길은, 누군가의 외침 위에 놓인 수많은 침묵이 함께 지켜낸 것이 아닐까?
그 침묵에도 모양이 있다면, 그건 ‘계단’일 거라 믿었습니다.

위로 걷는 사람을 받쳐주며, 자신은 늘 아래에 머무는 존재.

'위를 향해'는 그 돌계단의 시선으로 쓴, 광복을 지켜낸 수많은 침묵에 대한 조용한 감사의 기록입니다.
(제80주년 광복절 기념 시 공모작)